Yubin Oh


FASHION
FE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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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REY NUNA IS FREE

보다 투명하게 들여다본 오드리 누나의 세계

Editor: Oh Yubin
Photography: Kim Hyuk 
Film: Jo Jihyo, Koo Soyeon
Art: Kim Seongjae
Hair: Oh Jihye
Makeup: Im Asil
Fashion Editorial Styling and Interview for Audrey Nuna
<DAZED> KOREA, November 2024 Issue

http://www.dazedkorea.com/fashion/article/2837/detail.do
https://www.instagram.com/p/DB2fRd6Sn_w/

https://www.instagram.com/dazedkorea/reel/DB2mG67Sqy7/
https://www.instagram.com/reel/DB2lRijS0DQ/ 





















오드리 누나. 한국 이름은 추해원. 내가 그를 알게 된 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데이즈드>에 입사하고 첫 주였나. 한 선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라며 오드리 누나를 소개했다. ‘오드리 누나’라는 이름이 뇌리에 박혀 그날 바로 노래를 찾아 들어보았다. 그렇게 접한 그의 음악은 한동안 나의 통근 시간을 책임졌다. 내한 소식에 오랜만에 ‘Time’을 들었다. 음악은 기억을 불러온다더니, 참. 그때의 쌀쌀한 공기, 출근길마저 잔뜩 들떠 있었던 당시의 나까지. 별별 기억이 다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문득 오랜만에 한국에 온 오드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졌다. 그의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보고, 가사를 곱씹고, 지난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그 마음은 곱절로 부풀어갔다. ‘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라는 단어에 그를 담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신입 에디터이자 동갑내기로서, 서툴지라도 솔직하고 투명하게 오드리를 담아보고 싶었다.

수월하게 흘러가나 했는데, 욕심이 과했나. 계획했던 타임테이블과는 점점 멀어지며 어느덧 오후 5시가 되었다. 겨우 절반밖에 못 한 것 같은데 해는 곧 저물 기세였다. 초조하고, 미안하고, 불안하고. 그런 마음으로 가득 찼지만 그래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능숙한 ‘척’하며 스튜디오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오드리도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챈 걸까. 빠른 걸음으로 걷는 내게 바짝 다가오더니 운을 뗐다.

“패티 스미스 좋아하시나 봐요.”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아까 내 휴대폰 배경 화면을 봤다며 방긋 웃는다. ‘엄청’ 좋아한다고 말하자, “그럼 <저스트 키즈>도 읽어봤어요? 저 그 책 진짜 좋아해요!”라며 방방 뛴다. 그 모습을 보며 무장해제되어 웃었다. 얼마 전 나도 누군가에게 딱 이랬던 기억이 떠올라서.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풀린 건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한국말 잘하네요. 괜히 걱정했어요.” 

“할머니와 대화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웠어요. 할머니에게 배워서 구수하대요. 톱이 ‘웃도리’인 줄 알았어요. 히프도 ‘궁댕이’. 근데 어제 친구들이 다 웃더라고요.”

우리도 모두 웃었다. 알려달라는데 귀여워서 알려주기 싫었다. 

“그럼, 서울엔 자주 와요?”

“1년 만이에요. 이 도시는 늘 저에게 뭔가 익숙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게 신기해요. 그 균형이 참 매력적이에요. 서울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음식, 도시의 색감 그리고 당연히 사람들이에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도 좋아하는 것 같던데.”

“네, 맞아요. 거의 사랑해요.”

세계 최고 수준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미스치프, 준태킴, 카르넷 아카이브, 혜인서, 앤더슨벨, 이세 등 좋아하는 브랜드의 이름을 줄줄이 읊었다. 

“와, 패션이 왜 좋아요?”

“음… 저에게 옷은 하나의 표현 수단이에요. 언어처럼요. 말로 저를 설명하듯, 제 옷으로도 저를 나타내는 거죠. 뮤직비디오나 앨범 이미지를 찍을 때 특히 그렇게 느껴요.”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많은데 그중에서도 음악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지 궁금했다.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아주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때부터 제 삶엔 음악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겁쟁이 강아지 커리지Courage the Cowardly Dog>, 2NE1, 미야자키 하야오, 데스티니스 차일드, 이문세, 셀린 디옹, 지드래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음악 외에도 애니메이션이나 TV 쇼, 영화같이 이것저것 보고 듣는 걸 좋아했어요. 이 모든 게 저에게 영향을 미쳤죠.”

오드리에게 음악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삶에 녹아 있는 것이었다. 이를 다시 자신의 음악에 담아 전하는 것. 이마저 당연한 길이었다. 

오드리는 고등학생 때 앤워 소여Anwar Sawyer에 의해 발굴된 이후 2018년 첫 싱글 <Soufflé>를 발표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꾸준히 음악을 만들고 있다. 창작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데, 심지어 결과물을 동반한 ‘꾸준한’ 창작 활동을 한다. 그 꾸준함의 비결에 대해 묻자 또 배시시 웃는다.

“그렇게 생각해 줘서 기뻐요. 사실 저는 꽤 충동적인 사람이라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편이에요. 그런데 음악, 비주얼, 패션에 대한 애정 덕분에 조금은 달라졌어요. 이 모든 것이 제게 재미와 에너지를 주고, 정말 큰 기쁨을 느끼게 해줘요.” 

실제로 오드리는 촬영 내내 “재밌다”는 표현을 연거푸 썼다. “이 룩 너무 재밌어요”부터 “오늘 너무 재밌어요”, “제 귀 너무 재밌지 않아요?”까지. 재미를 잃지 않는 것, 같은 일도 재미있게 하는 것. 그게 오드리의 힘이다. 음악 커리어를 이어오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도 ‘재미’는 빠지지 않았다. ‘에너지를 잘 지키고, 가족과 가까이 지내며, 재밌게 노는 것.’ 그게 오드리의 방법이자 가치였다. 

조화롭다.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방법에서도, 음악 커리어를 이어오는 데에서도 오드리만의 안정적인 균형이 느껴졌다. 감각에서도 그렇다. 그의 감각은 음악에만 그치지 않는다. 패션이나 뮤직비디오, 사진을 통해 드러나는 비주얼적 감각까지 뻗어나간다. 앨범만큼이나 뮤직비디오가 기다려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의상, 액세서리, 스토리와 연출까지 오드리 누나라는 색깔을 선명하게 입혀 완성해 낸다.

“요즘은 현실 너머의 것,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극히 적나라한 현실. 이 둘을 미학적으로 조합시키는 데 관심이 많아요.” 

“오, 흥미로워요. 10월 18일에 새 앨범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더 기대되네요.”

“네, 제목은 <Trench>예요. 성장하면서 겪는 어두운 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친구들과 함께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만들었어요. 자신 있어요.”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영화 <미나리>가 떠올랐다. 궁금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보는 것을 미뤘던 영화다. 그 영화를 오드리의 지난 인터뷰를 읽고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봤다. 집에서 혼자 눈물 뚝뚝 흘리며. 아직 만나지도 않은 오드리를 떠올리며 이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궁금했다고 전했다.

“저도 많이 울었어요.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란 것. 그게 제 창의성이 형성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 첫 번째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창의성이란 결국 여러 가지를 섞고 조합하는 거잖아요. 뉴저지 작은 마을의 한국 가정에서 자란 덕에 두 문화를 융합하는 게 어떤 건지 자연스럽게 배운 것 같아요. 엄마는 바비 도시락통에 김밥을 싸주셨고, 쉐보레 자동차를 타고 학교에 가면서 이선희 노래를 들었어요. 제 가족이 동네에서 몇 안 되는 한국인이어서 가끔은 고립감을 느끼고 외부인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결국 그런 경험들이 제 뿌리이자 기반이 됐죠. 지금은 오히려 그 시간에 참 감사해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라는 격언이 있다고 말해 줬다. 아, 오드리에겐 니체의 “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 같은 말이 더 와닿으려나. 오드리의 대답에서 그는 분명 외로움, 아픔, 쓸쓸함 같은 감정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줄 아는 사람임을 느꼈다. 더불어 그 안에 갇히지 않고 더 큰 즐거움과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오드리의 그릇이 참 크다고 생각했다. 오드리 누나라는 세계를 이토록 확장되도록 한 것은 어떤 감정들일까. 

“아픔, 외로움 같은 감정, 밝고 긍정적인 감정 둘 다인 것 같아요. 마치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처럼요. 모든 사람이 고통과 외로움을 겪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경험들이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시작점이기도 하죠. 그래서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을 때, 외로움 안에서 자유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나는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며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혼자일 때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고, 자유를 위해선 기꺼이 외로움을 견뎌낼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드리는 음악을 통해 투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외로움을 견뎌야만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 그 안에 이미 자유가 있다고.